2007년 개봉한 아일랜드 영화 '원스(Once)'는 거대한 사건이나 화려한 장치 없이도 단 하나의 감정, 하나의 노래로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작품입니다. 특히 영화 속 주제곡인 ‘Falling Slowly’는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고, 오늘날에도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을 통해 끊임없이 방송되고 있습니다. 단순한 로맨스 이상의 감성, 음악을 통해 교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, 그리고 그 담백한 여운은 2024년 현재에도 여전히 우리를 사로잡습니다.
1. 담백하지만 깊은 울림, 다시 보는 ‘감성’의 진수
‘원스’는 흔히 볼 수 있는 사랑 이야기와는 결이 다릅니다. 사랑을 고백하지도, 미래를 약속하지도 않지만,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관객들에게 오히려 더 진하게 와닿습니다. 영화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두 인물—더블린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남자와 체코 출신 이민 여성—의 짧은 만남과 이별을 그리고 있습니다. 하지만 그 하루하루는 우리가 평생 간직할 어떤 감정보다 더 뚜렷하게 남습니다. 특히 그들의 대화는 겉으로 보면 단순한 일상 같지만,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. 아무 말 없이 함께 피아노 앞에 앉아 노래를 만들어가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.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, 멜로디와 코드 속에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. 이처럼 ‘원스’는 감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절제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. 과하지 않기에 더 아련합니다.
2. 음악으로 전하는 사랑, ‘Falling Slowly’의 힘
‘원스’의 심장이라 불리는 OST ‘Falling Slowly’는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, 영화 전체의 서사를 끌고 가는 주인공과도 같습니다. 이 노래는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함께 만든 곡이며, 그 안에는 서로를 향한 응원과 위로, 그리고 마음 깊은 곳의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. 영화 속에서 이 곡을 함께 연주하는 장면은 단순한 노래가 아닌 두 인물의 관계 자체를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. 이 곡은 200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에 알려졌고, 지금도 많은 아티스트들이 커버하며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습니다. 유튜브에서는 수많은 리메이크 영상이 조회 수 수백만을 넘기고 있으며, 특히 가사 한 줄 한 줄이 가슴 깊이 와닿습니다. ‘Take this sinking boat and point it home’이라는 가사는 사랑뿐만 아니라 삶 자체에 대한 메시지로도 읽히며, 관객의 감정을 깊이 파고듭니다. ‘Falling Slowly’는 단순한 사랑의 노래가 아닙니다. 서로를 구원하지 못했지만 이해했고, 함께 할 수 없었지만 공감했던 두 사람의 감정을 노래로 승화시킨 결과입니다. 이 노래 하나만으로도 '원스'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 영화가 되기에 충분합니다.
3. 2024년에 다시 보는 이유, ‘재조명’되는 이유
‘원스’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는 영화입니다. 특히 2024년 들어 레트로 감성과 힐링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, ‘조용히 감정에 잠기고 싶은 날’ 다시 꺼내보는 대표작으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. OTT 플랫폼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젊은 세대들도 이 영화의 진가를 새롭게 발견됩니다. 뿐만 아니라, 요즘처럼 빠른 결론과 극적인 전개에 익숙해진 콘텐츠 소비자들에게 ‘원스’는 오히려 낯설게 다가오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. 아무 사건도 없는 듯 보이지만, 감정의 흐름 하나하나가 결코 가볍지 않기에 사람들은 다시 이 영화를 찾습니다. 일상 속 소음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이 영화는 조용한 휴식 같은 존재입니다. 특히 40대 이상의 세대에게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겪었던 감정이 고스란히 반영된 듯한 공감의 여운을 주고, 20~30대에게는 한 번쯤 마주칠 성장통의 감정을 미리 비춰주는 거울과 같은 작품입니다. 그리고 그 중심에는 ‘말이 아닌 음악’이라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깊은 언어가 존재합니다.
‘원스’는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지만, 그 속에 더 많은 감정이 있습니다. 감성을 자극하는 장면 하나, 기타 선율 하나, 노랫말 한 줄이 우리 일상에 큰 울림을 주는 영화입니다. 2024년 지금, 복잡한 감정 속에 있다면 이 조용한 영화 한 편을 추천합니다. 그 안에 당신의 감정이 분명히 녹아 있습니다.